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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북향화(北向花)/ 황정숙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5.01.21|조회수465 목록 댓글 0

북향화(北向花)

 

   황정숙

 

 

 

그늘 방향으로 꽃이 피어나고

발이 저절로 북쪽으로 나아갔다

 

누군가 물었다 왜 북쪽을 향해 사느냐고

방향을 막을 방법이 없느냐고

 

대답 대신 꽃이 활짝 피었다

 

하얀 꽃잎을 북쪽에 덧대 한 장씩 햇살을 등지고 피워내는 봄,

목련처럼 북쪽으로 가고 있네 어느 신발에 신겨질 수 있을까

오늘을 거슬러 걸어들어가

 

귀가 후 밤이면,

신발을 벗어 진열장에 넣고 꺼내지 않았다

어둠을 펴서 흩어진 재료를 넣고

웅크린 허기를 발 없는 신발 속에 꾹꾹 구겨 넣다가

굴려보면

색과 향기가 도르르 말릴 것 같아

 

무릎을 세운 몸이 접혀졌네

하루를 폈다 접는 장치가 있으면 좋겠네, 싶은 순간

 

북쪽으로 저절로 몸이 말렸다

발이 북쪽으로 접히고 있다

 

 

 

                      —《유심》2015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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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숙 / 경기도 강화 출생. 2008년 《詩로 여는 세상》으로 등단. 시집『엄마들이 쑥쑥 자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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