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기타리스트
성기완
나는흥얼거렸지
배위에기타를얹고
귓가에떠오르는
오래된노래를
나는 노래하며
어떤여행을떠올렸다네
여기에서저기가아니라
지금에서어느때로
아주먼옛날로
어쩌면영원으로
볕좋은겨울
오후였네
장독대의항아리들은
눈이부셔도말이없고
배안에서사각사각
김치가익어가는날
언땅을덮은눈물은
반짝이며사라지네
어린눈동자가바라보았지
저빠른빛은어디로가는지
나는기타치네
시간의배위에누워
눈을감고영원을보네
할머니할아버지아버지
모두참하게머리를빗고
살도없이포동포동하시네
내머리를쓰다듬어주시니
마음의마당이부풀어올라
무한한들판이되네
나는기타가되네
기타를만든나무가되네
그나무밑의이파리를
질겅질겅씹으며
소가되어앉아있지
바람이속눈썹을스쳐
서늘한꿈속에서눈을뜨네
푸르른언덕이었네
젖을마시고행복하여
끝없이노래하네
—《현대시학》2015년 2월호
--------------
성기완 / 1967년 서울 출생. 서울대 대학원 불어불문학 박사과정 수료. 1994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쇼핑 갔다 오십니까』『유리 이야기』『당신의 텍스트』. 산문집『장밋빛 도살장 풍경』『모듈』, 번역 『아스테릭스』시리즈,『히피와 반문화』, 솔로 앨범「나무가 되는 법」「당신의 노래」등을 가진 음악가로서의 성기완은 밴드 3호선버터플라이의 멤버. 현재 계원예술대학교에서 사운드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