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천국 3
안미옥
날지 못하는 새의 이름을
녹슨 나사,
깨진 창문에 비치는 얼굴을
나는 없는 것에 대해서만 말했다
무너지고 있는 집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큰비가 올 것이라는 소문을 들었다
나는 창밖을 보지 않기로 했다
얼굴이 벗겨질 것 같았다
죽은 비둘기 떼의 펼쳐진 날개
뒤집힌 우산들이 쌓여 있는 곳
나는 하류로 가지 못했다
허리까지 차올랐던 물이
끌고 내려가는 것들을 생각했다
뿌리 뽑힌 풀들이 메말라 있어도
끊어지지 않는 볕
나는 이제 남아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남아 있는
큰비가 온다,
나는 소문에서 가장 먼 곳으로 간다
—《詩로 여는 세상》2015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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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옥 / 1984년 경기 안성 출생. 명지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 2012년〈동아일보〉신춘문예 시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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