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좋은 시 읽기

[시]온 / 안미옥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5.05.02|조회수1,255 목록 댓글 0

—천국 3

 

  안미옥

 

 

 

날지 못하는 새의 이름을

녹슨 나사,

깨진 창문에 비치는 얼굴을

 

나는 없는 것에 대해서만 말했다

 

무너지고 있는 집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큰비가 올 것이라는 소문을 들었다

 

나는 창밖을 보지 않기로 했다

얼굴이 벗겨질 것 같았다

 

죽은 비둘기 떼의 펼쳐진 날개

뒤집힌 우산들이 쌓여 있는 곳

 

나는 하류로 가지 못했다

 

허리까지 차올랐던 물이

끌고 내려가는 것들을 생각했다

 

뿌리 뽑힌 풀들이 메말라 있어도

끊어지지 않는 볕

 

나는 이제 남아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남아 있는

 

큰비가 온다,

나는 소문에서 가장 먼 곳으로 간다

 

 

 

                       —《詩로 여는 세상》2015년 봄호

-------------

안미옥 / 1984년 경기 안성 출생. 명지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 2012년〈동아일보〉신춘문예 시 당선.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