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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엔젤피시 / 김상미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5.06.01|조회수563 목록 댓글 0

엔젤피시

 

   김상미

 

 

 

내 머리 속 수족관에 엔젤피시 한 마리 살고 있어요

엔젤피시는 내 소녀 때 이름

 

물결치는 분홍 줄무늬가 너무나 예뻐

어느 날 생물 선생님이 한입에 꿀꺽 삼켜버려

죽어버린 소녀

 

남몰래 울다 미술시간에 발견한 뭉크의 ‘사춘기’

엔젤피시를 닮은 너무나도 작고 창백한 소녀

나는 얼른 그 소녀를 내 머리 속 수족관에 넣어버렸지요

 

괜찮아, 괜찮아, 무서워하지 마

이젠 내가 너를 지켜줄게

 

엔젤피시는 이제 내 머리 속 수족관에 살아요

분홍 줄무늬 지느러미를 팔랑, 팔랑거리며

이 세상에 없는 더 넓고 광활한 내 머리 속 꿈들을 먹고 살아요

 

가끔씩 내가 눈을 꼭 감고 입을 꼭 다무는 건

내 머리 속 엔젤피시의 부드러운 애무에

내 온몸이 너무나 나른해졌기 때문

아침이슬보다 더 영롱한 엔젤피시의 노래에

내 온 마음이 너무나 청명해졌기 때문

 

그러니 이제는 누구도 내 소녀를 삼키지 말아요

소녀는 소녀끼리 서로서로 아껴주며 어른이 되어야 해요

꿈꾸는 어른

 

설혹 그것이 돌이킬 수 없는 죄가 된다 해도

힘차게 분홍 줄무늬 지느러미를 팔랑, 팔랑거리며

 

 

 

                      —《현대시》2015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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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미 / 1957년 부산 출생. 1990년 《작가세계》로 등단. 시집 『모자는 인간을 만든다』『검은 소나기떼』『잡히지 않는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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