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피시
김상미
내 머리 속 수족관에 엔젤피시 한 마리 살고 있어요
엔젤피시는 내 소녀 때 이름
물결치는 분홍 줄무늬가 너무나 예뻐
어느 날 생물 선생님이 한입에 꿀꺽 삼켜버려
죽어버린 소녀
남몰래 울다 미술시간에 발견한 뭉크의 ‘사춘기’
엔젤피시를 닮은 너무나도 작고 창백한 소녀
나는 얼른 그 소녀를 내 머리 속 수족관에 넣어버렸지요
괜찮아, 괜찮아, 무서워하지 마
이젠 내가 너를 지켜줄게
엔젤피시는 이제 내 머리 속 수족관에 살아요
분홍 줄무늬 지느러미를 팔랑, 팔랑거리며
이 세상에 없는 더 넓고 광활한 내 머리 속 꿈들을 먹고 살아요
가끔씩 내가 눈을 꼭 감고 입을 꼭 다무는 건
내 머리 속 엔젤피시의 부드러운 애무에
내 온몸이 너무나 나른해졌기 때문
아침이슬보다 더 영롱한 엔젤피시의 노래에
내 온 마음이 너무나 청명해졌기 때문
그러니 이제는 누구도 내 소녀를 삼키지 말아요
소녀는 소녀끼리 서로서로 아껴주며 어른이 되어야 해요
꿈꾸는 어른
설혹 그것이 돌이킬 수 없는 죄가 된다 해도
힘차게 분홍 줄무늬 지느러미를 팔랑, 팔랑거리며
—《현대시》2015년 5월호
-------------
김상미 / 1957년 부산 출생. 1990년 《작가세계》로 등단. 시집 『모자는 인간을 만든다』『검은 소나기떼』『잡히지 않는 나비』.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