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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빵 굽는 편의점(외 1편)/ 류인서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5.07.21|조회수653 목록 댓글 0

      빵 굽는 편의점(외 1편)

​  

    류인서

 

초승달 크루아상은 아직 덜 구워졌다

시간 여행자처럼

어떤 이는 좀 더 머물고 어떤 이는 서둘러 떠난다

맛을 과장하며 구애하는 냄새들,

계산서를 굽지 않고

창가에서 마감 직전의 잡문을 쓰거나

모차르트처럼 그늘 없는 음표로 '버터 바른 빵'을 굽는 이도 있겠지

발포비타민 아닌 구운 햇빛 알갱이를 달라는 건

봄날의 주문

까맣게 구운 손으로 은화를 구걸하는 이도 있다

편의점 아줌마가 꺼내는 별모양 쿠키에는​

대추야자 씨앗을 닮은 초콜릿이 박혀있다

강아지 콧등에서 하품이 구워진다

간혹 밤의 라디오가 구워주는 음악편지가 빵 속보다 촉촉하다

아줌마의 오븐바닥에 눌어붙기도 한다

이 유리창은 젖은 것부터 먼저 구워낸다고

빗방울 마른 얼룩이 불똥으로도 보인다고, 중얼거린다​ 

 

 

 

                     —《시산맥》2015년 여름호

 

 

 

 

 

1


야생의 어린 고독 한 마리 달려가네. 죽은 척하는 초원을 돌멩이마다 옮겨 심으며.
쫑긋한 귀 파란 눈이 그가 가진 야생의 증거.
봄에 태어난 야생은 겨울 무렵 성년이 된다지. 자라면서 꼬리 털끝이 까맣게 변했다.
사람 가까이서 자라 시장거리 소상인처럼 자주 소심하지만
그는 길들여지는 법이 없다. 불쑥 저를 드러낸다.

 

애인은 넓은 초원에서 휘파람으로 야생을 부르는 소년, 소년은 여름 동안 서둘러 성장하려 한다.
감정복사에 능한 꽃들의 날씨와 햇빛 알레르기를 앓는 발자국이 그의 먹잇감이기 때문. 
바람이 바람을 지켜주는 동안 창문 곳곳에서는 봄이 끝나고.

 

 

2


구름에서 뛰어내리는 비의 무사들,
덮개 없는 삼륜차에 옮겨 타고 낯선 마을로 간다. 
살아남은 모닥불 곁에서 소년이 몸을 말릴 동안
허기진 야생이 거위와 양을 물고 가네.
애인은 그를 쫒아 눈가루가 날아가 쌓인 지붕까지 가려나.
우리는 바위벽 굴속에서 새끼를 껴안은 그의 밤을 함께 훔친 적이 있다.

 

 

                     —《유심》2015년 7월호

          ------------

         류인서 / 1960년 경북 영천 출생. 2001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 시집 『그는 늘 왼쪽에 앉는다』『여우』『신호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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