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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야간도로공사/ 김경후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5.08.23|조회수690 목록 댓글 0

야간도로공사

 

   김경후

 

 

 

오랫동안 짓밟힐 길을 깔기 위해

오랫동안 짓밟힌 길을 파낸다

 

이 길에서 나는 몇 글자나 바꾸었나

새벽 세 시

이 길에서

 

팔월의 부글대는 검은 타르와 역청

부글대는 증기와 거품

아무리 많은 글자를 바꿔도

새벽 세 시

이 길에서

 

후진하고 또 후진하는

파내고 또 깔리는

오랫동안 짓밟히고 짓밟힐 자들

오랫동안 짓밟힐 글자들 글자들

 

이 길엔 이길 수 없어, 아무것도

 

이 길에선 말이지

바꿀 게 없어, 한 글자도, 이 길에선

언제나 야간도로공사중

 

40억 년 전 양치식물의 짙푸른 글자 위로

티라노사우루스 발자국에 새긴 글자 위로

눈부신 타워라이트

롤러차가 뜨겁고 무겁게 굴러가고 있다

 

 

                       —《현대시》2015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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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후 / 1971년 서울 출생. 199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그날 말이 돌아오지 않는다』『열두 겹의 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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