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도로공사
김경후
오랫동안 짓밟힐 길을 깔기 위해
오랫동안 짓밟힌 길을 파낸다
이 길에서 나는 몇 글자나 바꾸었나
새벽 세 시
이 길에서
팔월의 부글대는 검은 타르와 역청
부글대는 증기와 거품
아무리 많은 글자를 바꿔도
새벽 세 시
이 길에서
후진하고 또 후진하는
파내고 또 깔리는
오랫동안 짓밟히고 짓밟힐 자들
오랫동안 짓밟힐 글자들 글자들
이 길엔 이길 수 없어, 아무것도
이 길에선 말이지
바꿀 게 없어, 한 글자도, 이 길에선
언제나 야간도로공사중
40억 년 전 양치식물의 짙푸른 글자 위로
티라노사우루스 발자국에 새긴 글자 위로
눈부신 타워라이트
롤러차가 뜨겁고 무겁게 굴러가고 있다
—《현대시》2015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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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후 / 1971년 서울 출생. 199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그날 말이 돌아오지 않는다』『열두 겹의 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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