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바위
전동균
소나무 아래 서 있다
비를 맞고 서 있다
어떤 싸움이 지나갔는가
시커멓게 탄 짐승 뼈 같은
나뭇가지들, 만지면
재가 되는 울음들
또 무엇이 오고 있는가
어스름이 우산처럼 펼쳐져도
제 목을 찌를 듯 번쩍이는
침엽의 눈들
사랑은 부서졌다
나는 나를 속였다
독바위, 혼자인 저녁은 끝없고
몇천 리씩 가라앉고
흩어지고
젖이 퉁퉁 분 흰 개가 지나갔다 헛것처럼
이글이글
빗줄기만 서 있다
—《시인수첩》2015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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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균 / 1962년 경주 출생. 1986년《소설문학》신인상에 시로 등단. 시집『오래 비어 있는 길』『함허동천에서 서성이다』『거룩한 허기』『우리처럼 낯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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