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
장옥관
1
물해파리는 물을 닮아서 안팎이 투명하다네
겉 다르고 속 다른 건 해파리가 아니라네 해파리는 공기 같고 햇빛 같고, 있는가 하면 없고
없는가 하면 있는,
안개 같고 아지랑이 같고,
만질 수도 없고 맡을 수도 없는
낭만 술꾼 둘이 거나하게 술잔 주고받다가도
한순간에 싸늘하게 식어 서먹해지는,
대한민국 동남쪽 이 도시에선 흔하지 않게 볼 수 있는 장면이라네
2
헤엄을 모르는 해파리는
물결 따라 너울너울 온 바다를 떠돈다네
거머쥘 게 없는 손은 지 어미 지 새끼 아랑곳하지 않고 잡히는 대로 움켜쥔다네 엉겨붙는다네
한 주일에 두어 번 음란 사진 가져와
반나절 낄낄거리다 사라지던 그 예전 정보과 형사처럼, 함께 낄낄거리다 보면 어느 사이 형사가 형님이 되고
아우가 되던, 하마터면 수배 중인 내 친구의 고달픔을
하소연할 뻔했던,
안팎을 두루 알 수 없는, 있는 듯 없는 듯
한천질의 해파리
3
펼쳐놓은 속치마같이 끝도 없이 떠다니는
바다 속 해파리들을 티브이에서 본 날
그들이 이불 속으로 날 찾아왔다네
삼십여 년 전 어둔 골목길 지프차 속에서 집요하게 추궁하던 뱀눈의 그들이,
와서는 내 머릿속을 검열했다네
문민정부 10여 년
영영 사라진 줄 알았던 그것이, 시멘트 바닥에 뱉어놓은 침자국 같은 그것이, 물만 있으면 언제라도 바닥 짚고 일어서는 그것이,
스멀스멀 부풀어 오르는 것이었네
겁 많고 두려움 많은 내 머릿속을 자욱히 자욱히 떠다니는 것이었네
—《유심》201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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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옥관 / 1955년 경북 선산 출생. 1987년《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그 겨울 나는 북벽에서 살았다』『달과 뱀과 짧은 이야기』『하늘 우물』, 동시집『내 배꼽을 만져보았다』, 저서『현대시 새겨 읽기』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