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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조개와 단도를 지닌 여자/ 조원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6.01.03|조회수713 목록 댓글 0

조개와 단도를 지닌 여자

 

   조 원

 

 

 

흐르는 물에 사리가 돋았다

힘겹게 떠돌던 포말이 비로소 보호막을 치기 시작한 것이다

궁글어지고 뾰족하고 단단해지기로

마음먹던 날. 물에도 껍질이 생긴다는 사실,

 

여자는 알고 있다는 듯 칼을 들이댔다. 빨간 고무장갑 사이로

검은 일렁임과 죽은 혀들이 미끄덩거렸다. 침묵은

격막을 세우느라 바다의 연대기를 잊고, 생일조차 기억나지 않는

얼굴로 소쿠리에 담겼다

 

바윗덩이를 제집인 냥 들러 붙어사는 물이끼처럼

시리고 아픈 기억들로 벽지를 바르고

돋은 가시는 목젖을 괴는 주춧돌로 쓰였다

밀물과 썰물의 기억 몇만 겹이

껍질 같은 인생에 암각화를 새겼다지만,

 

여자의 손놀림은 습관처럼 허무하다. 남편 기일과

아들이 채우다 만 일기장을 들여다보며

만조를 기다린 사람처럼

 

언젠가 죽은 혀에서

언어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일

바람만 채우면 살아나는 고무 튜브로

바다 위를 탱글탱글 굴러다닐지 모르는 일

흉부외과 의사처럼 갈비뼈를 가르고 심장을 꺼냈다

 

야시장 바닥에 질펀히 쏟아놓은,

무지로 뼈를 세우려다 물의 낙인이 되어버린 조개무지

수심 찬 언어는 종일 불면에 미끄러지고.

 

 

                     —웹진 《시인광장》 2015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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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 / 1968년 경남 창녕 출생. 동의대학교 미술학과 졸업. 200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 현재 <잡어>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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