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를 인양하라
송경동
어디선가 지금도 문을 긁는 소리
두드리는 소리 외치는 소리 허우적이는 소리
오, 거대한 악마의 입이 사람들을 삼키는 소리
지금도 어느 창가에서
우릴 바라보고 있는 차가운 얼굴들
살려 줘요. 엄마, 아빠
이 죽음의 선실에서 나가게 해 줘요
1년이 지나도 올라오지 못하는
고통의 소리들, 진실의 소리들
도대체 세월호는 어디에 가라앉아 있는가
세월호가 맹골수도에
침몰해 있다는 말도 이젠 거짓말 같다
세월호는 이미 국정원 어느 분실 깊숙이 결박당해 있고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과 함께
청와대 지하 벙커에 은닉되어 있는 것 아닌가
감사원의 감사 기록
수만 페이지에 달하는 검찰과
법원의 공판 기록을 다 뒤져 볼수록
오히려 더 흐릿해져 가는
도대체 세월호는 어디에 가라앉아 있는 것일까
국민들과 유가족들에게
국회의 고유 입법 권한에 접근하지 말라는
의원 나리들의 엄포 아래
700조 원 넘는 사내유보금을 두고도
사람들이 돈주머니를 열지 않으니
세월호를 빨리 잊으라는 재벌들의 압력 속에
시시때때로 일어나는 교통사고
근원을 파헤치지 않는
언론사들의 적당한 기사들 아래
진단만 하고 뛰어들지는 않는
지식인들의 안전한 서재 아래
다시 가만히 있으라는
경찰의 노란 질서유지선 아래
우리 모두가 하나의 거대한 죽비가 되고
튼튼한 동아줄로 엮여
이 사회의 불의와 기만을 내려치고
세월호의 진실을 우리 스스로 인양하지 못하는
한국사회운동의 더딤과 무능함 아래
그렇게 가라앉아 있는 것은
세월호가 아니라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저 아홉 명의 실종자가 아니라
오늘도 끝 간 데 없이 가라앉는 유가족들의 슬픔의 심해가 아니라
이 사회와 국가 전체가 아닌가
변한 것 하나 없이 어떤 미래도 희망도 없이
오늘도 우리 모두의 끊이지 않는 참사와 재난을 향해
눈먼 항로를 향해 가고 있는
이 탈선의 국가 아닌가
그런 나와 우리와 이 사회를 인양하지 않고
어떤 세월호를 인양할 수 있을까
우리 모두의 비겁과 나태와 패배감을 인양해
새로운 역사의 갑판 위로 뛰어오르지 않고
어떻게 세월호를 인양할 수 있을까
도대체 저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대한민국호 선장과 선원들을 그냥 두고
어떻게 세월호를 인양할 수 있을까
세월호를 인양하라
우리 모두의 정당한 분노를
우리 모두의 사랑을 인양하라
우리 모두의 존엄을 인양하라
기울어 가는 묻혀져 가는
이 시대의 진실을 인양하라
새로운 국가를
새로운 시대를
새로운 정의를 인양하라
—《무크 파란》2015년, 00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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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동 / 1967년 전남 벌교 출생. 2001년 《내일을 여는 작가》와 《실천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 시작. 시집『꿀잠』『사소한 물음들에 답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