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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라니아케아 / 박은정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6.05.24|조회수839 목록 댓글 0

라니아케아

 

   박은정

 

 

 

파란 공이 천국의 선을 넘었다

 

너는 정체불명의 빛

 

어제의 기원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오늘의 걸음이 어디쯤에서 끝나는지 알 수 없지만

 

내일이면 기억나지 않을 얼굴과 인사를 나누며

우리는 빛의 신앙으로 걷는다

 

이곳의 속도는 인간의 눈으로 가늠할 수 없어

더욱 아름다운지도 몰라

 

라니아케아, 유영하는 공중의 시간

 

머나먼 행성

타국의 해변을 가로지르는 무지개

검게 탄 피부와 흩어지는 웃음들

 

마음은 모래알처럼 사소하여

작은 과오도 놓치지 않는 짐승이다

 

오늘이 관측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세상의 미물이 사라지고 불가능한 행성이 도래하여, 모두의 얼굴을 가릴 때까지

 

태양 아래 반짝이던 네가

파도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라니아케아, 고향으로 돌아가기엔 늦은 시간

 

누구도 공을 찾으러 오지 않는다

 

지친 거북들이 모래사장을 기어 다닐 때

알 수 없는 빛이 그림자를 비출 뿐

 

 

————

* 라니아케아 : 하와이 원주민어로 ‘측정할 수 없는 천국’이라는 뜻이다.

 

 

                       —《현대시》2016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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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정 / 1975년 부산 출생. 2011년《시인세계》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아무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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