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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위험한 마음 / 박은정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6.06.26|조회수1,174 목록 댓글 0

위험한 마음

 

   박은정

 

 

 

그 노래가 끊기고

개는 비를 맞고 있었다

 

멍청한 것, 아직도 그를 기다리다니

 

젖은 몸으로 낯선 곳을 헤맸지

아름다운 건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배우려고

 

치마를 펄럭이던 소녀가 퍽큐를 날리며

어린 소년을 유혹할 때

 

같은 불행을 사이에 두고

너와 나는 친구가 되었다네

 

내가 아는 마음이란

부르지 않아도 달려가 흔드는 꼬리 같은 것

 

소년과 소녀가

운명보다 더 아름다워지기 위해

작은 몸뚱이를 부비면

 

우리는 병약한 고백을 혀로 녹이며

아침이 올 때까지 취했지

 

이것 봐, 의도하지 않아도

이 세계의 서사는 꽤 비극적이잖아

 

회오리가 나무들을 덮치고

나쁜 꿈이 잠든 짐승을 깨우듯이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조금씩 미쳐가는 거야

누구도 묘사할 수 없는 표정으로

 

예배당의 불빛이 꺼지고

까마귀가 떨어진다

 

네가 죽는다고 그가 슬퍼할 것 같아?

 

백태 낀 창문이 흔들려도

그는 나타나지 않는다

 

소년과 소녀가

교훈을 버리고 서로의 입술에

미숙한 사랑을 자랑하듯

 

불행을 증축하다 어깨가 빠진

마음을 꿈에서도 믿을 수 없었다

 

 

 

               —웹진《시인광장》2016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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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정 / 1975년 부산 출생. 창원대학교 음악과 졸업. 2011년 《시인세계》 신인상 당선. 시집 『아무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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