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말 (외 2편)
백명숙
말이다~ 나는 말이야 매일 열댓 시간을 내달린단다 냅다 앞만 보고 내달리지 때론 내 그림자를 보고 놀란 말맹키로 날뛰면서 두 앞발을 쳐들기도 하지 또 지레 빨간 것이 당근인 줄 알고 덥석 입에 물기도 한단 말이다 제멋대로이다가 상대를 알아채는 순간 곧 다분다분 해지는 말이란 말이다 폭 수그린단 말이지 만져주길 고삘 잡아주길 기다리는 순종하고픈 바로 그런 말이지 하지만 냅다 뒷발질도 해대는 말이란 말이다
히잉, 하고 말이다 말이, 말이 될 때까지
더라구요
나는 시력이 좋아요
좋은 줄 알았어요
그게 보랏빛인 줄 알았어요
회색이더라구요
달이 농구공만한 줄 알았지요
아니더라구요
내가 나인 줄 알았지요 그런데
내가 아니었더라구요
당신이더군요
아이스 바나나를 먹어요
바나나가 먹고 싶을 때 냉동실에서
꺼내어 놓고 잠시 기다리세요
겉껍질이 너무 녹기 전
손에 적당히 힘을 주어 두어 번
쥐어주세요
껍질을 조금씩 벗겨내려 가며
바나나 속살을 입 안에 넣으세요
음- 입안 가득히 퍼지는 맛
진득해진 안쪽을 핥은 다음 곧게 선 속살을
베어 무세요
아래쪽으로 갈수록 속도가 빨라져요
자- 껍질 안쪽에 남아있는 크림바나나로
마사지하세요
먹고, 바르고
바나나가 말할 때까지
—시집『말, 말』(2016)에서
---------------
백명숙 / 1948년 서울 출생. 한국산문작가협회 회원, '문학의 집‧서울' 詩낭송인 회원, 한국미술협회 회원. 시집 『말, 말』.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