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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낙과(落果) (외 1편)/ 조예린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6.08.13|조회수551 목록 댓글 0

낙과(落果) (외 1편)

 

   조예린

 

 

 

당신을 위해 단물 들고 싶었습니다

원망이라니요 나의 노래가

익지 못한 탓입니다

남은 노래를 거름으로 묻습니다

잘 썩어서

열매의 배경이 되겠습니다

단맛의 감사가 되겠습니다

 

 

 

당신이라는 우물

 

    

 

아구를 덮지 마십시오

당신은 나에게

좋은 우물이 아니었던가요

당신이라는 우물 곁에서

두레박이 없었던 날이 많았었잖아요

이제는 전혀 목마르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너무 아득한 물 냄새의 기억이

목마름의 뿌리를 앗아 간 줄 알았어요

베어진 것은 세월이고

앗긴 것은 이긴 것이 아닌 것을

낡은 두레박줄은 알고 있잖아요

목이마릅니다

당신은 나에게

참 좋은 우물이 아니었던가요

 

 

                      —시집『나의 아침아, 나의 종달새야』(2016)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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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린 / 1968년 경남 통영 출생. 경희대 국문과 졸업. 1992년《시와 시학》으로 등단. 시집『바보당신』『나는 날마다 네게로 흐른다』『꽃같이 가라』『나의 아침아, 나의 종달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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