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과(落果) (외 1편)
조예린
당신을 위해 단물 들고 싶었습니다
원망이라니요 나의 노래가
익지 못한 탓입니다
남은 노래를 거름으로 묻습니다
잘 썩어서
열매의 배경이 되겠습니다
단맛의 감사가 되겠습니다
당신이라는 우물
아구를 덮지 마십시오
당신은 나에게
좋은 우물이 아니었던가요
당신이라는 우물 곁에서
두레박이 없었던 날이 많았었잖아요
이제는 전혀 목마르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너무 아득한 물 냄새의 기억이
목마름의 뿌리를 앗아 간 줄 알았어요
베어진 것은 세월이고
앗긴 것은 이긴 것이 아닌 것을
낡은 두레박줄은 알고 있잖아요
목이마릅니다
당신은 나에게
참 좋은 우물이 아니었던가요
—시집『나의 아침아, 나의 종달새야』(2016)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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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린 / 1968년 경남 통영 출생. 경희대 국문과 졸업. 1992년《시와 시학》으로 등단. 시집『바보당신』『나는 날마다 네게로 흐른다』『꽃같이 가라』『나의 아침아, 나의 종달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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