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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낮은 울음소리(외 1편) / 이철건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6.09.03|조회수677 목록 댓글 0

낮은 울음소리(외 1편)

 

  이철건

 

 

 

가을에 기대어 선 친구의 그림자를 본다

 

집착을 끝낸 그는

뿌리로 내려가 잠이 들 것이다

 

내가 이사 온 변방은 늘 쓸쓸하다

 

비스듬한 오후의 빛으로 누워

안쓰러운 창밖을 바라본다

 

쓰임받지 못하는 낮달이

옥탑방 지붕의 처마끝에 매달려 있다

 

슬픔을 촘촘히 베어 편집한다

그 노을에 젖는다

 

바람 부는 밤 덜 익은 것들의 낙과소리에

어깨가 떨어지고

 

절룩거리며 기차가 지나가고

 

부리로 제 발톱을 뽑는 늙은 독수리의 신음소리에

잠 못 이룬다

 

영혼이 깃든 색소폰이

살아 있는 것의 고통을 나지막이 운다

 

 

 

피 묻은 창호지처럼

  

 

 

바람이 아니라면 누가 이 적막한 뜰을

피 묻은 창호지처럼 우는 것인가

 

타다 남은 새 날의 청사진들이

달빛에 젖는다

 

잔인한 칼에 동강 난 꿈이

자목련 눈물로 진다

 

늘 세상이 이기고

그대는 죽는다

 

바람이 아니라면 누가 그렇게

밤새 울다 가는 것인가

 

말발굽소리가 사라져 간 그곳에

그대는 살아 있는가

 

시퍼렇게 날 선 강이

꿈틀거리곤 한다

 

 

                       —《시문학》2016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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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건/ 2013년《시문학》으로 등단. 시집『내 마음의 철길』eBook 시집『내 마음의 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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