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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구석 / 성은경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6.10.26|조회수458 목록 댓글 0

구석

 

   성은경

 

 

 

 

그리마 한 마리 빠르게 이불 속을 파고드네

비명 숨긴 은밀한 공간

확 꼬여버린 다리들

 

이불 밑엔 불의 씨앗을 품은 여자가 있네

함부로 구겨 넣은 몸이

누구의 가랑이라도 붙잡고 산란하고 싶어

저녁을 태우고

자정을 베어 먹은 굴욕의 시간도

악착같이 불 지피고 싶네

 

구석은 눅눅하고 음탕하여라

맨 정신으로 빠져나갈 수 없는 곳

그리마가 지린 오줌자국으로 두근거리네

 

새벽의 경계에서

이불 속으로 빠지는 발목 어둠으로 끌어안으면

상한 입술로 담아 온 젖은 지느러미

자꾸 물컹거리네

허락지 않은 체위는 위험해

앓지 않는 아픔, 여자는 온몸이 저리네

모서리로 구석으로 내몰린

몽유처럼 잠이 긴 밤

 

 

                          —《시사사》2016년 9-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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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은경 / 경남 창녕 출생. 2010년《시와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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