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
성은경
그리마 한 마리 빠르게 이불 속을 파고드네
비명 숨긴 은밀한 공간
확 꼬여버린 다리들
이불 밑엔 불의 씨앗을 품은 여자가 있네
함부로 구겨 넣은 몸이
누구의 가랑이라도 붙잡고 산란하고 싶어
저녁을 태우고
자정을 베어 먹은 굴욕의 시간도
악착같이 불 지피고 싶네
구석은 눅눅하고 음탕하여라
맨 정신으로 빠져나갈 수 없는 곳
그리마가 지린 오줌자국으로 두근거리네
새벽의 경계에서
이불 속으로 빠지는 발목 어둠으로 끌어안으면
상한 입술로 담아 온 젖은 지느러미
자꾸 물컹거리네
허락지 않은 체위는 위험해
앓지 않는 아픔, 여자는 온몸이 저리네
모서리로 구석으로 내몰린
몽유처럼 잠이 긴 밤
—《시사사》2016년 9-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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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은경 / 경남 창녕 출생. 2010년《시와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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