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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묘하디묘한 / 황주은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6.11.06|조회수515 목록 댓글 0

묘하디묘한

 

  황주은

 

 

 

월귤나무 숲길을 걷다 보면 오소리가

경영하는 식당이 있다

접시 위에는 초록 태양과 버터에 지진 구름

 

유리컵이 떠다니는 식탁에 꽃들이

산양의 젖에 취해 비틀거린다

올리브가 겨울을 장식하는 동안

다람쥐는 사색의 지붕을 갉아먹는다

 

간밤에 12인치의 눈이 내렸는데

종아리가 차갑지 않았지

반바지의 우편배달부가 발자국도 없이 다녀간 숲 속

 

하루에도 해는 수없이 뜨고 지고

두 마리의 검은 개가 달을 물고 늘어지는 사이

지혜의 푸른 염소는 우주의 문장을 한 모금 길게

빨다들였다가 내뿜는다

 

쾌락이 잘게 쏟아지는 주방에

변덕스러운 뿔들이 밤마다 웅성거린다

월귤나무 숲 너머

불붙지 않고도 불타오르는 나무들이 모여든다

 

 

                          —《현대시학》2016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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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은 / 경북 예천 출생.  2013년《시사사》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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