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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아흔아홉 마리 양/ 김경수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6.11.24|조회수387 목록 댓글 0

아흔아홉 마리 양

 

   김경수

 

 

 

아흔아홉 마리 양을 광야에 남겨두고

한 마리 양을 찾으러 주인이 떠났다.*

 

아흔아홉 마리 양을 강의실에 남겨두고

한 마리 양을 찾으러 리처즈 교수가 떠났다.

 

아흔아홉 마리 양을 아름다운 시집 속에 남겨두고

한 마리 양을 찾으러 모국어가 떠났다.

 

아흔아홉 마리 양을 공원에 남겨두고

한 마리 양을 찾으러 물고기가 시내로 떠났다.

 

비가 오자 성경책이 아흔아홉 마리 양을 성당 안으로 몰고 온다.

성당 문 앞에 서 있던 이브가 양들에게 선악과를 먹인다.

성당 창문을 굵은 빗줄기가 두들기지만 아직 한 마리 양은 오지 않고

양을 찾으러 떠난 강의실은 돌아오지 않는다.

돌아오지 않는 강의실을 기다리며 흰 눈처럼 늙어가는 리처즈 교수에게

과연 주인을 버리고 떠난 양 한 마리가 아흔아홉 마리 양보다

중요한 것일까?

 

 

————

* 루카복음 15장 3절~4절

 

 

                       —『시와 사상』2016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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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 1957년 대구 출생. 1993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하얀 욕망이 눈부시다』『다른 시각에서 보다』『목숨보다 소중한 사랑』『달리의 추억』『산 속 찻집 카페에 안개가 산다』. 현재 계간《시와 사상》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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