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아홉 마리 양
김경수
아흔아홉 마리 양을 광야에 남겨두고
한 마리 양을 찾으러 주인이 떠났다.*
아흔아홉 마리 양을 강의실에 남겨두고
한 마리 양을 찾으러 리처즈 교수가 떠났다.
아흔아홉 마리 양을 아름다운 시집 속에 남겨두고
한 마리 양을 찾으러 모국어가 떠났다.
아흔아홉 마리 양을 공원에 남겨두고
한 마리 양을 찾으러 물고기가 시내로 떠났다.
비가 오자 성경책이 아흔아홉 마리 양을 성당 안으로 몰고 온다.
성당 문 앞에 서 있던 이브가 양들에게 선악과를 먹인다.
성당 창문을 굵은 빗줄기가 두들기지만 아직 한 마리 양은 오지 않고
양을 찾으러 떠난 강의실은 돌아오지 않는다.
돌아오지 않는 강의실을 기다리며 흰 눈처럼 늙어가는 리처즈 교수에게
과연 주인을 버리고 떠난 양 한 마리가 아흔아홉 마리 양보다
중요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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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카복음 15장 3절~4절
—『시와 사상』2016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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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 1957년 대구 출생. 1993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하얀 욕망이 눈부시다』『다른 시각에서 보다』『목숨보다 소중한 사랑』『달리의 추억』『산 속 찻집 카페에 안개가 산다』. 현재 계간《시와 사상》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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