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와 간격
오성일
저녁이 오고
별들이 제 자리를 찾아 떠오를 때
어떤 별자리의 꼬마별은,
가령 게자리의 어린별 하나는
어제 떴던 그 자리에 표해두는 걸 깜빡 잊고
제자리를 못 찾아 허둥댈 때 있다지
그 때 하늘을 올려다보며
자리를 맞춰 주는 건
오래된 떡갈나무라지
가지 하나를 높이 쳐들어
왼쪽, 좀 더 왼쪽
아니 너무 왼쪽 말고 거기쯤……
실눈을 뜨고 간격을 재가며
방향을 맞춰줄 때
게자리 어린별은 게걸음으로
엉덩이를 달싹달싹 놀려가면서
뒤똥대똥 제자리를 찾아간다지
초저녁 유난히 깜빡이며 바동대는
푸른 별이 바로 그 별이라지
떡갈나무가 팔짱을 낀 채 허리를 젖히고
한참을 쳐다보다 고개를 끄덕이면
그 때 비로소 별들은 일제히 빛을 밝혀
하룻밤의 축제를 시작한다지
눈동자에 별빛을 담은 어진 사람들은
밤하늘의 별들이 그러하듯이
나무의 손짓에 눈 맞추며
어린별처럼 제 자리를 찾아간다지
친구의 자리 먼저 가 차지하지 않고
남의 자리 제 자리라 밀치지 않고
사이와 간격을 지켜준다지
별처럼 함께 어울려 빛을 낸다지
—시집『사이와 간격』(201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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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일 / 경기 안성 출생. 2011년 《문학의 봄》등단. 시집 『외로워서 미안하다』『문득, 아픈 고요』『사이와 간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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