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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장진주(將進酒)/ 우대식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7.04.28|조회수312 목록 댓글 0

장진주(將進酒)

 

     우대식

 

 

 

   우리는 지옥을 모른다. 지옥이란 상심한 마음의 조각을 다시 하얗게 저며 팔만대장경처럼 펼쳐 맑은 햇살 아래 널어놓는 것. 염장의 마음 조각들은 햇살에 뒤틀려 편편이 쓰리게 아파 아무 소리도 지를 수 없는 고통, 몸이 마음이니, 꿈이었으니 악다구니를 치다가 소금기를 뒤집어쓴 채 말라가는 마음의 조각들을 다시 마음으로 맞추는 일.  우리는 지옥을 모른다.  우리는 우리가 한 일을 모른다.  피안의 저 강 아래 어느 마을에서 그대와 내가 염장한 서로의 마음을 치켜들고 쓰린 웃음을 나누며 연민의 손을 흔든다고 생각하면 이곳에서 어찌 술 한 잔 나누지 않겠는가.  그대의 빚을 내가 어찌 갚지 않겠는가.  우리는 이제 멀리 왔다.  당신에게 술 한 잔을 권하는 내 손이 떨리고 있다.

 

 

 

                       —《시와 표현》2017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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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대식 / 1965년 강원도 원주 출생.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늙은 의자에 앉아 바다를 보다』『단검』『설산 국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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