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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말풍선 (외 1편)/ 이린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7.05.04|조회수416 목록 댓글 0

말풍선 (외 1편)

 

   이 린

 

 

 

뭉게구름과 새털구름 사이

그네를 맬 줄 아는 사람

그때 나는 왜 하필

낭떠러지에 정착했을까

당신과 나 사이엔 언제나

위태위태한 하늘이 있었고

구름을 뒤적거려

토마토를 따곤 했지

주렁주렁 토마토가

공중에 열리기 시작할 무렵

구름밭을 헤매며

갈라지고 썩은 토마토를

골라내기도 했어

한쪽 발은 낭떠러지에

다른 한쪽 발은 바람에

걸쳐 두었지

무서워하지 마!

구름밭 사이로

말풍선이 떠올랐어 사-뿐-

나는 공중 그네에

오를 수 있었어 비로소

당신의 말이

싱싱한 구름이란 걸 알고 나서야

                                                    (《시와 세계》2011년 겨울호)

 

 

허기

 

 

 

물속에 식탁을 차려놓고 둘러앉았습니다

물 한 그릇 비우고 나면

다시 물 한 그릇 채워집니다

물 잔이 몇 순배 서로 오가면

서서히 물의 취기가 오르고

말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말이 가득 담긴 잔을 비우고 나면

말을 가득 다시 채우고

넘치는 말을 마시고

비우고 채우는 동안

부드럽게 물의 가슴이 열립니다

채우기 위해 비우고

비우기 위해 채우는 말의 향연

출렁출렁 말이 희석되는 동안

허기는 다시 시작되고

마시면 마실수록 허기가 지는

그러니까 물속의 식사는

끝없는 허기를 위하여 베풀어지는 향연입니다

오늘은 이 허기를 위하여 우리 모두 건배!

                                                            (《예술가》2012년 여름호)

 

 

 

                     —계간《시와 반시》2017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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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린 / 1997년 《시와 사상》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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