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머리들처럼
나희덕
하루에도 몇 번씩 거울을 보며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입 끝을 집어올린다.
자, 웃어야지, 살이 굳어버리기 전에.
새벽 자갈치시장, 돼지머리들을
찜통에서 꺼내 진열대 위에 앉힌 주인은
부지런히 손을 놀려 웃는 표정을 만들고 있었다.
그래, 이렇게 웃어야지, 김이 가시기 전에.
몸에서 잘린 줄도 모르고
목구멍으로 피가 하염없이 흘러간 줄도 모르고
아침 햇살에 활짝 웃던 돼지머리들.
그렇게 탐스럽게 웃지 않았더라면
사람들은 적당히 벌어진 입과 콧구멍 속에
만 원짜리 지폐를 쑤셔 넣지 않았으리라.
하루에도 몇 번씩 진열대 위에 얹혀 있다는 생각,
자, 웃어, 웃어봐, 웃는 척이라도 해봐,
시들어가는 입술을 손가락으로 잡아당긴다.
아―에―이―오―우―
그러나 얼굴을 괄약근처럼 쥐었다 폈다
숨죽여 불러보아도 흘러내린 피가 돌아오지 않는다.
출근길 백미러 속에서 발견한
누군가의 머리 하나.
---------------
나희덕 1966년 충남 논산 출생. 연세대학교 국문과와 같은 대학원 졸업.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뿌리에게'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 『뿌리에게』,『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그곳이 멀지 않다』,『어두워진다는 것』,『사라진 손바닥』 산문집 『반 통의 물』시론집 『보랏빛은 어디에서 오는가』 김수영 문학상, 이산문학상, 김달진 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수상.「시힘」동인. 현재 조선대 문예창작과 교수.
나희덕
하루에도 몇 번씩 거울을 보며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입 끝을 집어올린다.
자, 웃어야지, 살이 굳어버리기 전에.
새벽 자갈치시장, 돼지머리들을
찜통에서 꺼내 진열대 위에 앉힌 주인은
부지런히 손을 놀려 웃는 표정을 만들고 있었다.
그래, 이렇게 웃어야지, 김이 가시기 전에.
몸에서 잘린 줄도 모르고
목구멍으로 피가 하염없이 흘러간 줄도 모르고
아침 햇살에 활짝 웃던 돼지머리들.
그렇게 탐스럽게 웃지 않았더라면
사람들은 적당히 벌어진 입과 콧구멍 속에
만 원짜리 지폐를 쑤셔 넣지 않았으리라.
하루에도 몇 번씩 진열대 위에 얹혀 있다는 생각,
자, 웃어, 웃어봐, 웃는 척이라도 해봐,
시들어가는 입술을 손가락으로 잡아당긴다.
아―에―이―오―우―
그러나 얼굴을 괄약근처럼 쥐었다 폈다
숨죽여 불러보아도 흘러내린 피가 돌아오지 않는다.
출근길 백미러 속에서 발견한
누군가의 머리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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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 1966년 충남 논산 출생. 연세대학교 국문과와 같은 대학원 졸업.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뿌리에게'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 『뿌리에게』,『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그곳이 멀지 않다』,『어두워진다는 것』,『사라진 손바닥』 산문집 『반 통의 물』시론집 『보랏빛은 어디에서 오는가』 김수영 문학상, 이산문학상, 김달진 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수상.「시힘」동인. 현재 조선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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