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아침(외 2편)
조 민
여자는 동네를 돌고 돌았다
매일 아침 나무토막을 두들기면서
천국 갑시다 딱, 딱, 딱 천국
갑시다 딱, 딱, 딱
어릴 때 교회 오빠는
자기 무릎에 앉으면 천국에 간다고 했다
천국은 지옥이었다
돌아가신 할머니는
파란 마늘밭에서 누가 자꾸 부른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불리고 계실까
밤이 더 환했다 내 방은
만능열쇠 간판 빛 때문에
창문을 열면 천국 문이 열릴 것 같았다
자고 나면
바늘을 삼킨 물고기처럼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
구멍만 남은 도넛
내가 버린 남자는
달인
단 10초 만에
달달한 왕도넛을 백 개나 튀기지
흰 가루를 먹고 자란 아이는
아무 데서나 입 맞추고 배꼽 맞추고
설탕은 안 썩고 밀가루는 더 안 썩고
우리가 부풀렸던 흰 가루는 다 어디 간 걸까
내가 버린 여자는
달인
하루에 열두 편씩 서정시를 쓰지
물뱀의 혓바닥으로
나는 흑이냐 백이냐 헷갈리고 있지
구멍만 남은 도넛을 입에 물고
사이버리아드 *
뒤를 좇던
검은 새가 수평선에서 폭발합니다
푸른 해파리와 불가사리가 그 뒤를 좇습니다
이곳의 오래된 관습입니다
우리가 땅 밑에서
굴을 파고 우물을 파고 집을 짓는 것처럼
허공을 둥둥 떠다니는 산이나 집이나 섬 들 사이에
구름 의자를 놓고
몸을 말리는 것처럼
신발도 화초도 집도 시계도 고양이도 나무도
제자리는 없습니다
아침은 겨울이고
저녁은 여름입니다
검은 개구리가 비처럼 내리고
꽁꽁 언 물고기가 우박처럼 쏟아지고요
봐요, 악어도 미꾸라지도 생쥐도
화산처럼 펑, 터지잖아요
모두가 제자리에서 없어질 때까지
제자리가 사라질 때까지
* 스타니스와프 렘.
—시집『구멍만 남은 도넛』(2017. 6)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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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 / 1965년 경남 사천 출생. 경상대 국어교육과 졸업,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 2004년 《시와 사상》으로 등단. 시집 『조용한 회화 가족 No.1』『구멍만 남은 도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