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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테이블 데스 / 양안다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7.09.18|조회수688 목록 댓글 0

테이블 데스

 

양안다

 

 

 

지난밤을 견디자 나는 조금 가벼워졌다 눈앞에서 섬광이 멈추지 않았고

 

희미해진다

 

밤하늘이 천체를 펼쳐놓을 때

우리는 영원히 빛의 과거만 볼 수 있을 거라며

 

물 주는 것을 잊어서 화분이 시들고

물을 주었다는 것을 잊어서 썩고

 

신의 시간으로 가늠했을 때 우리는 오래 죽어있었거나 오래 살아있었다

너는 빛 속에서 죽어간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

혓바닥에 우표 한 장을 올려놓고

오래도록 녹여먹었다

 

곧 섬광이 터지겠지

 

서랍에서 수많은 필름이 쏟아지고, 장면과 장면이 뒤엉키고, 누군가 죽으면서 동시에 태어나는데 도시가 무너져 내린다 폭염과 폭설이 쏟아지는 동안 사람들은 여우비라 여기며 괜찮아질 거라고, 이 모든 게 나아질 거라고 중얼거린다 그 사람들 한가운데에서 익사하는 이가 있다

 

믿고 싶은 일을 기적이라 부르고

믿고 싶지 않은 일을 재앙이라 부르고

 

너는 손이 차가운 사람, 같은 인간이면서 우리의 체온은 왜 다른 걸까

 

너의 기억이 희미해질수록 나의 몸은 떠오르고

물을 마시며 지난 악몽을 희석하지만

 

갈증을 잊은 식물, 빛 속의 얼굴 없는 인물, 끝나지 않는 피날레

그것이 너의 역할이었다

 

 

 

                     —《현대시》 2017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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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안다 / 1992년 충남 천안 출생.  201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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