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포도
이혜미
리코더를 불 때 왜 눈을 감을까
눈도 구멍이니까
우리는 어쩐지 기다리거나 사라지고 싶어서
수없이 많은 손가락들을 꺼내놓는다
서로의 구멍을 틀어막으며
한 뼘 더 다정해지고 싶어서
모아진 눈으로
오므린 입술로
왜 키스할 때 눈을 감을까
연주되는 중이니까
몸속에 숨을 초대하여
새어나가는 음악이 되어주려고
속으로 맺혀가는
물방울들, 가지마다 매달리는
흐린 기포들
어둠과 빛 사이
눈을 감으면 시들어 떨어지는
숨방울
멀어지는 중이니까
음악으로부터, 넝쿨을 뻗는 혀들로부터
부풀어오르다 펼쳐지는
어두운 열매들
—《모:든 시》2017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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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미 / 1988년 안양 출생. 건국대 국어국문학과와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06년〈중앙일보〉신인문학상 당선. 시집『보라의 바깥』『뜻밖의 바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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