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목벌앞잡이새의 노래
송진권
벌꿀오소리야
벌꿀오소리야
나를 따라와
나를 따라오면 예쁜 꽃이 피어있고
나를 따라오면 맛있는 벌꿀이 있는 곳을 알려주마
해묵은 고목이나 험한 바위 속
켜켜 달콤한 꿀을 쟁인 꿀벌들이 살고 있단다
내 이름은 검은목벌앞잡이새
맛있는 벌꿀이 나는 곳을 알고 있지
아흔 아홉 가지의 길을 영리한 나는 알고 있지
나 혼자만 알고 있는 비밀이지만
너에게 한 가지만 알려줄게
벌꿀오소리야
벌꿀오소리야
내 이름은 검은목벌앞잡이새
수많은 벌들의 나라로 가는 길을 알고 있지
여기로 가면 호박벌의 나라
이쪽은 호리병말벌의 집
말벌과 땡삐를 조심해야 해
나나니벌들은 네 몸에 산란관을 꽂고 알을 낳지
네 몸을 뚫고 벌구더기들이 구물구물 기어나올 거야
나나니벌들을 조심해
발을 헛디디지 않도록 조심해
무간지옥 낭하로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
벌꿀오소리야
벌꿀오소리야
그렇다고 너 혼자 다 먹지는 마
내 몫으론 네가 먹다 남긴
약간의 꿀과 밀랍 애벌레면 족하지
네가 혼자 다 먹어치운다면
다음번엔 나는 너를
사자에게 안내할 거야
악어에게 인도할 거야
표범에게 데리고 갈 거야
—《시와 반시》2017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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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권 / 1970년 충북 옥천 출생. 2004년《창작과 비평》으로 등단. 시집『자라는 돌』, 동시집『새 그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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