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좋은 시 읽기

[시]검은목벌앞잡이새의 노래 / 송진권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7.11.01|조회수491 목록 댓글 0

검은목벌앞잡이새의 노래 

 

   송진권

 

 

벌꿀오소리야

벌꿀오소리야

나를 따라와

나를 따라오면 예쁜 꽃이 피어있고

나를 따라오면 맛있는 벌꿀이 있는 곳을 알려주마

해묵은 고목이나 험한 바위 속

켜켜 달콤한 꿀을 쟁인 꿀벌들이 살고 있단다

내 이름은 검은목벌앞잡이새

맛있는 벌꿀이 나는 곳을 알고 있지

아흔 아홉 가지의 길을 영리한 나는 알고 있지

나 혼자만 알고 있는 비밀이지만

너에게 한 가지만 알려줄게

 

벌꿀오소리야

벌꿀오소리야



내 이름은 검은목벌앞잡이새

수많은 벌들의 나라로 가는 길을 알고 있지

여기로 가면 호박벌의 나라

이쪽은 호리병말벌의 집

말벌과 땡삐를 조심해야 해

나나니벌들은 네 몸에 산란관을 꽂고 알을 낳지

네 몸을 뚫고 벌구더기들이 구물구물 기어나올 거야

나나니벌들을 조심해

발을 헛디디지 않도록 조심해

무간지옥 낭하로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

 

벌꿀오소리야

벌꿀오소리야

그렇다고 너 혼자 다 먹지는 마

내 몫으론 네가 먹다 남긴

약간의 꿀과 밀랍 애벌레면 족하지

네가 혼자 다 먹어치운다면

다음번엔 나는 너를

사자에게 안내할 거야

악어에게 인도할 거야

표범에게 데리고 갈 거야

 

 

                         —《시와 반시》2017년 가을호

--------------

송진권 / 1970년 충북 옥천 출생. 2004창작과 비평으로 등단. 시집자라는 돌』, 동시집『새 그리는 방법』.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