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홍일표
묻는다
오래 숨죽여 가늘게 이어지는 검은 울음이냐고
화석처럼 단단한 눈물이 반짝이는 밤의 골목이냐고
연필에서 새소리가 들린다
가만히 귀 기울여 보면
고독사라는 말이 까맣게 타고 있다
무연고 묘지 같은 사내의 목소리가 들릴 듯 말 듯
흰 종이 위에
혼령처럼 연필 향내가 남았다
일생이 한 가지 색으로 이어진다
푸른색도 붉은색도 아닌
아니 모든 색을 다 삼켜버린
목관 속에 웅크리고 있던 그가 또박또박 걸어나온다
컥컥 목이 막혀 할 말을 잃는
툭툭 부러져 동서남북 갈 길을 놓치기도 하는
울음 끝이 날카로운
심야를 걷는 연필심
고개 들어 창밖 먼 곳을 본다
혼자 걸어가는
밤비가 멈추지 않는다
⸻《문학청춘》 2017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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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일표 / 1958년 충남 입장 출생. 1992년〈경향신문〉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살바도르 달리풍의 낮달』『매혹의 지도』『밀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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