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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연필 / 홍일표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7.11.29|조회수558 목록 댓글 0

연필

   

홍일표

 

 

 

묻는다

오래 숨죽여 가늘게 이어지는 검은 울음이냐고

화석처럼 단단한 눈물이 반짝이는 밤의 골목이냐고

 

연필에서 새소리가 들린다

 

가만히 귀 기울여 보면

고독사라는 말이 까맣게 타고 있다

무연고 묘지 같은 사내의 목소리가 들릴 듯 말 듯

 

흰 종이 위에

혼령처럼 연필 향내가 남았다

 

일생이 한 가지 색으로 이어진다

푸른색도 붉은색도 아닌

아니 모든 색을 다 삼켜버린

 

목관 속에 웅크리고 있던 그가 또박또박 걸어나온다

컥컥 목이 막혀 할 말을 잃는

툭툭 부러져 동서남북 갈 길을 놓치기도 하는

 

울음 끝이 날카로운

심야를 걷는 연필심

고개 들어 창밖 먼 곳을 본다

 

혼자 걸어가는

밤비가 멈추지 않는다

 

 

                  ⸻《문학청춘2017년 가을호

----------

홍일표 / 1958년 충남 입장 출생. 1992경향신문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살바도르 달리풍의 낮달』『매혹의 지도』『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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