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던 껌을 씹듯,
오정국
씹던 껌을 씹듯, 병(病)을 앓는다 그러니까,
그쪽에서도 복사꽃이 지겠다 밤새워
꽃나무에 매달려 울고불던
꽃잎들, 밥알처럼
토해놓은 꽃잎들, 봄날이 마저 데리고 가지 못한
봄꽃처럼, 병(病)을 앓는다 내가 몸을 앓아야
병(病)도 꽃피는 것, 꽃피는 한 시절의
병(病)을 앓는다 그러니까
당신네 집에서도 꽃이 지겠다 여기서
당신네 앞마당의 봄날을 견디듯
병(病)을 앓는다 빨대로 우유팩 밑바닥을 쪽쪽 빠는 것처럼
병(病)을 앓는다 그러니까, 비가 오면 우산을 펴고
날이 개이면 우산을 접는 것인데, 그러니까,
그 사이, 젖은 우산이 마를 때도 있었으니
눈먼 별사(別辭)가 땅에 묻힐 날도 있겠으니
병(病)을 앓는다 엄마에게 매를 맞고
누이를 올려다보는 아이처럼
병(病)을 앓는다 백열등 전구의
하염없이 떨리는 필라멘트처럼
--------------
오정국 1955년 경북 영양 출생. 198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저녁이면 블랙홀 속으로』『모래무덤』『내가 밀어낸 물결』『멀리서 오는 것들』, 평론집 『시의 탄생, 설화의 재생』『비극적 서사의 서정적 풍경』외 다수. 현재 한서대 문예창작과 교수.
오정국
씹던 껌을 씹듯, 병(病)을 앓는다 그러니까,
그쪽에서도 복사꽃이 지겠다 밤새워
꽃나무에 매달려 울고불던
꽃잎들, 밥알처럼
토해놓은 꽃잎들, 봄날이 마저 데리고 가지 못한
봄꽃처럼, 병(病)을 앓는다 내가 몸을 앓아야
병(病)도 꽃피는 것, 꽃피는 한 시절의
병(病)을 앓는다 그러니까
당신네 집에서도 꽃이 지겠다 여기서
당신네 앞마당의 봄날을 견디듯
병(病)을 앓는다 빨대로 우유팩 밑바닥을 쪽쪽 빠는 것처럼
병(病)을 앓는다 그러니까, 비가 오면 우산을 펴고
날이 개이면 우산을 접는 것인데, 그러니까,
그 사이, 젖은 우산이 마를 때도 있었으니
눈먼 별사(別辭)가 땅에 묻힐 날도 있겠으니
병(病)을 앓는다 엄마에게 매를 맞고
누이를 올려다보는 아이처럼
병(病)을 앓는다 백열등 전구의
하염없이 떨리는 필라멘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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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국 1955년 경북 영양 출생. 198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저녁이면 블랙홀 속으로』『모래무덤』『내가 밀어낸 물결』『멀리서 오는 것들』, 평론집 『시의 탄생, 설화의 재생』『비극적 서사의 서정적 풍경』외 다수. 현재 한서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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