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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셋방 있음 / 성윤석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8.05.02|조회수776 목록 댓글 0

셋방 있음

 

   성윤석

 

 

 

수갑도 없이 들어갔던 감옥을 내놓습니다

간혹 햇빛에 널어 말렸고

붉은 벽돌이 그려진 벽지도

발랐습니다

기껏해야 한 생의 자세를

생각해서 들어간 감옥입니다

낡은 침대며, 깨진 거울까지

미리 짐은 다 뺐습니다만,

심심해하실까 봐 버려진 화분

하나 업어와 살려놓았습니다

소철나무 화분은 거리에서 살며,

병따개며, 잘린 신용카드를

받아놓고 있습니다

혼자 살았던 감옥을 내놓습니다

사람보다 먼저

무기징역을 받은 감옥이지요

그까짓 노역형

앞으로 백 명의 설움쯤은

수면고문만으로도 진술을 받아줍니다

사랑했던 감옥을 내놓습니다

나는 모범수였고

다시 자유를 외치는 잡범들의 거리로

이송됩니다

뾰족구두를 따라가는 바람과

길을 가로막고 서는 오월의 바바리 나무들

이 감옥에서 살면,

집과 감옥이 모두 나쁘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조그만 창밖을 바라보며

한 생의 자세를 생각하면 먼 곳에서

길들이 두텁게 이곳으로 흘러들어 오는

게 보입니다

갓 출소해 어두워진 두부를 씹는

별들도 보입니다

어두컴컴한 벽을 질러야, 갈 수 있지만,

나한테 똥 싸고

검사도 되고 의사도 되었다고

깨진 변기가 늘 꼬르륵 목이 잠기는,

밤하늘도 잘 보입니다

 

 

           ⸻문예 계간 21세기문학2016년 여름호,

         《시인동네20184월호 성윤석 특집, 자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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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윤석 / 1966년 경남 창녕 출생. 1990한국문학신인상으로 등단. 시집극장이 너무 많은 우리 동네』『공중 묘지』『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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