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방 있음
성윤석
수갑도 없이 들어갔던 감옥을 내놓습니다
간혹 햇빛에 널어 말렸고
붉은 벽돌이 그려진 벽지도
발랐습니다
기껏해야 한 생의 자세를
생각해서 들어간 감옥입니다
낡은 침대며, 깨진 거울까지
미리 짐은 다 뺐습니다만,
심심해하실까 봐 버려진 화분
하나 업어와 살려놓았습니다
소철나무 화분은 거리에서 살며,
병따개며, 잘린 신용카드를
받아놓고 있습니다
혼자 살았던 감옥을 내놓습니다
사람보다 먼저
무기징역을 받은 감옥이지요
그까짓 노역형
앞으로 백 명의 설움쯤은
수면고문만으로도 진술을 받아줍니다
사랑했던 감옥을 내놓습니다
나는 모범수였고
다시 자유를 외치는 잡범들의 거리로
이송됩니다
뾰족구두를 따라가는 바람과
길을 가로막고 서는 오월의 바바리 나무들
이 감옥에서 살면,
집과 감옥이 모두 나쁘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조그만 창밖을 바라보며
한 생의 자세를 생각하면 먼 곳에서
길들이 두텁게 이곳으로 흘러들어 오는
게 보입니다
갓 출소해 어두워진 두부를 씹는
별들도 보입니다
어두컴컴한 벽을 질러야, 갈 수 있지만,
나한테 똥 싸고
검사도 되고 의사도 되었다고
깨진 변기가 늘 꼬르륵 목이 잠기는,
밤하늘도 잘 보입니다
⸻문예 계간 《21세기문학》 2016년 여름호,
《시인동네》 2018년 4월호 성윤석 특집, 자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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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윤석 / 1966년 경남 창녕 출생. 1990년《한국문학》신인상으로 등단. 시집『극장이 너무 많은 우리 동네』『공중 묘지』『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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