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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비라는 새의 울음소리는 늑대와 같다/ 박정대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8.05.16|조회수604 목록 댓글 0

아비라는 새의 울음소리는 늑대와 같다

 

   박정대

 

 

 

아침마다 아비라는 새가 와서 울면

늑대가 우는 줄 알았다

가끔은 사람이 웃는 줄 알았다

간밤 늦게까지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다 잠이 들었다

창밖엔 눈이 내렸는지 온통 하얀데

아침부터 동백나무 숲이 창가로 와

나를 깨우며 우는 줄 알았다

 

바닥에 털썩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한 잔의 차를 마시며

빅또르 쪼이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신고 있는 운동화가 지나온 길을 말해주었다

팔에 돋아난 힘줄은 알타이산맥보다 더 선명했다

그가 마시던 잔에는 어떤 노래가 담겨 있었던 걸까

그는 한 잔의 차를 마시며 또 다시

다음에 부를 노래를 생각했을 것이다

 

아침마다 아비라는 새가 와서 울면

늑대가 우는 줄 알았다

가끔은 그가 노래를 부르는 줄 알았다

간밤 늦게까지 책을 읽으며 노래를 들었는데

그의 목소리는 슬프고도 아름다웠다

세상을 향해 중얼거리는 그의 목소리가

아침마다 나를 깨우는

아비라는 새의 울음소리가

아름다운 늑대와 같다고 생각했다

 

동백꽃잎 환하게 떠가는 강물을 보다가 알았다

아비라는 새의 울음소리는 늑대와 같다

 

 

                ⸺ 월간 시와 표현2018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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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대 / 1965년 강원도 정선 출생. 1990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단편들』『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아무르 기타』『사랑과 열병의 화학적 근원』『삶이라는 직업』『모든 가능성의 거리』『체 게바라 만세』『그녀에서 영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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