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
김형영
아침은 드셨나요?
그러면 떠납시다.
20년을 날마다 다녔으니
오늘은 관악산 말고 다른 곳에 가 봅시다.
안양천변도 3년 가까이 걸어봤고요,
시야가 좀 탁하긴 해도
개불알풀, 나숭개, 민들레 들이 봄을 열었으니
아주 먼 곳에 가고 싶네요.
별똥 떨어지는 밤길도 싫진 않지만
사람 안 다닌 그런 데 없을까요.
그런 데는 없다구요?
그러면 그냥 발길 따라 떠나봅시다.
바람이 맛있는 곳이면
몸과 마음을 바람으로 채우고 아주 멀리요.
너도 잃고 나도 잃는
낯선 곳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니, 아니, 뭐라구요?
벌써 저승길로 들어섰다구요?
⸺월간 《현대시》 2018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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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영 / 1944년 전북 부안 출생. 1966년 《문학춘추》 등단. 시집 『침묵의 무늬』『모기들은 혼자서도 소리를 친다』『나무 안에서』『‘땅을 여는 꽃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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