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뼘사과마차
임현정
달리는 마차에서 뭘 할 수 있어
눈물글썽별무리를 겨냥하거나
까무룩 잠결에도
자꾸만 닳아 없어지는 발굽 소리를 듣거나
늑대인지 개인지
베어 먹기 좋은 달을 쫓아
우린 언제쯤 전복될까
심장의 열기로 익히는 요리가 있대
막 식기 전의 심장으로 끓인 수프
늑대인지 개인지
찹찹 피 웅덩일 핥는다
땅으로 스며드는 끈적수프
힘껏 던진 도끼처럼
멀어지는 걸 사랑해
멀어지는 편지 멀어지는 레일 멀어지는 탈주
내리막엔 마지막 단추를
오르막엔 방금 빤 입술을
모퉁이엔 까마귀가 숨긴 단추
아주 간지러운 구멍
한쪽 뺨이 상한 사과 속을
전속력으로 달려도
우린 달콤하게 썩을 뿐
아무도 찾지 못한
눈동자였음 해
아득히 밤만 보며 달리는
고삐를 쥔 채
미친 듯이 내달리는 달그닥 해골
네 목숨이었으면 해
⸺계간 《시인수첩》 2018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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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정 / 1977년 서울 출생. 고려대 한국어문학과 대학원 석사 과정 졸업. 2001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 시집 『꼭 같이 사는 것처럼』『사과시럽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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