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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이순(耳順)/ 우대식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8.11.14|조회수528 목록 댓글 0

이순(耳順)

 

   우대식

 

 

 

이제 묵념 따위가 매우 잘된다

어떤 형식도 괜찮다

벌써 귀가 순해지는지 부끄럽기도 하지만

하나님이나 부처님 이런 분들도 크게 나무랄 것 같지는 않다

내친 김에 봄날 꽃나무와도 한번 크게 겨루어보고 싶다

몇 합 겨루지 못하고

낙화의 황홀에 굴복할지라도

내 안에 뻗은 칼로 된 나뭇가지와 꽃잎도

쨍그렁 쨍그렁

낙화의 종년(終年)을 맞고 싶다

봄비에 붉은 녹물을 뚝뚝 흘리며 울고 있는

내 안의 꽃들이여

순백의 어느 한 날을

우리도 그리워하지 않았겠는가

귀가 순해진다

내 귀를 잘라내고 싶다

 

 

              ⸺월간 시인동네201810월호

------------

우대식 / 1965년 강원도 원주 출생. 1999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늙은 의자에 앉아 바다를 보다』『단검』『설산 국경. 산문집죽은 시인들의 사회』『시에 죽고, 시에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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