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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문에 비친 거리의 방식 / 최치언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07.08.29|조회수556 목록 댓글 0
창문에 비친 거리의 방식

최치언




그가 미용실에서 나왔을 때 그가 미용사인지 머리 깎은 손님인지
나는 아직 모른다. 그가 건너편 슈퍼마켓으로 걸어 들어갔을 때
미용사가 물건을 사기 위해 슈퍼에 들어간 것인지
머리 깎은 손님이 담배를 사기 위해 슈퍼에 들어간 것인지
아님, 슈퍼주인이 머리를 깎고 자기 가게로 들어간 것인지
나는 이 복잡해지는 그를 아직 모른다.
그가 슈퍼에서 빈손으로 나와
횡단보도를 황급히 건너 내가 바라보는 옥상 아래 건물을 지나
식당으로 들어갔을 때
그가 처음 슈퍼를 식당으로 착각한 머리 깎은 손님이었는지
미용사가 슈퍼주인에게 빈 미용실을 맡기고 저녁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간 것인지 또 아님 그는
미용실에서 밀린 외상값을 받고 오던 길에 슈퍼에도 들러
새로 개업한 식당을 선전하던 식당주인이었는지
나는 점점 더해 가는 그의 정체에 대해 모른다.
그가 다시 식당에서 나와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릴 때
그가 다시 횡단보도를 건너 슈퍼로 갈 것인지 그렇다면
그는 슈퍼주인이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온 것인지
미용사가 식당주인을 찾아간 것인지
식당주인인 그가 머리를 깎은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미용실에 갈 것을 생각하는지
나는 이젠 생각하기에도 지쳤는데
그가 내가 있는 안경원으로 올라오고 있다.
이내 문이 열리고 그가 내 앞에 섰다.
나는 그가 나인 것처럼 그를 외면하는데
창문에 비친 거리의 방식으로 그가 말했다. "한 권씩 사면 전집의 두 배 가격으로 사야합니다."

거리가 모두 외판원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현대시학》2007,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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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언 1970년 전남 영암 출생.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당선. 2001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설탕은 모든 것을 치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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