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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수평의 힘 / 이영춘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8.12.02|조회수678 목록 댓글 0

수평의 힘

 

    이영춘

 

 

 

나는 수면 속에 물고기처럼 잠겨서

나를 건져 올리지 못하네

 

빗방울 속으로 흐르는 여린 풀잎들이

슬픈 레퀴엠의 악보처럼 뛰어오르네

 

요만큼만 차오른 물결처럼

내가 허공 속으로 자꾸 점프를 해도

내 그릇은 요만한 크기의 빈 공기

 

내 창밖에서 유리창을 두드리며 달려가는

빗방울 소리, 소리의 발자국들

 

아득한 저 강 하구를 안고 도는 물안개와

산그늘을 덮고 있는 구름의 입자들

그 입자들의 수런거리는 숨소리만큼

내 호흡이 머물고 있는 이 지상

내 작은 님프가 살고 있는 이 영토

 

나는 물고기처럼 수면에 가라앉아서

나를 건져 올릴 수가 없네

 

 

             ⸺계간시산맥2018년 가을호

------------

이영춘 / 1941년 강원도 평창군 봉평 출생. 1976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꽃 속에는 신의 속눈썹이 보인다』『슬픈 도시락』『봉평 장날』『노자의 무덤을 가다』『신들의 발자국을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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