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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연애의 법칙 / 진은영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07.08.31|조회수588 목록 댓글 0
연애의 법칙

진은영




너는 나의 목덜미를 어루만졌다
어제 백리향의 작은 잎들을 문지르던 손가락으로
나는 너의 잠을 지킨다
부드러운 모래로 갓 지어진 우리의 무덤을 낯선 동물이 파헤치지 못하도록
해변 가의 따스한 자갈들, 해초들
입 벌린 조가비의 분홍빛 혀 속에 깊숙이 집어넣었던
하얀 발가락으로
우리는 세계의 배꼽 위를 걷는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포옹한다
수요일의 텅 빈 체육관, 홀로, 되돌아오는 샌드백을 껴안고
노오란 땀을 흘리며 주저앉는 권투선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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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 1970년 대전 출생. 이화여대 철학과 졸업. 2000년 계간 《문학과사회》 봄호에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외 3편을 발표하면서 등단. 시집『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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