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신. 1
한 잎 나비 춤을 추네
벌거숭이로 너울너울 춤추네
자갈은 소리로 장막을 치고
달 님은 물안개 솔가지 사이로 숨는구나
수파 뒤에
몰래 숨은 돌 짐승
신궁의 비밀은 풀지 못하고
계곡의 법력에 도망치다
썩은 고목에게 발목이 잡이고
암흑 속에 꼬꾸라진
조약돌 눈은 돌아갈 길도
잃어버리고 헛된 욕정에
번갯불처럼 번쩍이고 있네..
곡신 2
첨벙,
물소리에 꿈 깨니
새 소리 요란스럽구나
대저 계곡은 하늘과 땅의 뿌리요
어느 별 우주에서 오지않았는가
성수를 가득
머금은 검푸른 계곡은
허리를 굽히고 선정에 들어
새 생명 잉태하여 영원에 지니
계곡의 신은 결코 죽을 수 없다네
묘용에 떨고 신비에 울며
환희에 침묵하고, 그 절묘함과 위대함에 고개 숙이노라
눈에, 머리와 가슴에 뼈속까지
곡신을 안고 훨~훨
학춤을 추며 돌아가네,
생명의 뿌리, 내가 온 곳
저 우주 어느 별나라 그 계곡 속으로
곡신 3
곡신의 꽃들이
물놀이 하며 수련하고 있었지
앳된 알몸에 맨머리 빛나는
여리고 여린 비늘들..
던져진 새끼 물고기처럼
파닥거리고
봄 비에 떨어진 꽃비 같이
어지러웠네
벌거숭이로
둥글게 둥글게 원을 그린 서릿발처럼
뿌리 아래 흐르는 몸 냄새 맡으려나
흰 물나비 여울따라 가듯
흘러 흘러 갔었지
바람에 울리는
신비한 선율가락
솟아나는 샘에서 부르는 노래 소리
그 무엇이 쓰러지지 않고
곧게 설 수 있으리까.
곡신 4
따라온 여인도 흐르고 있구나
시냇물 건너 계곡은 돌아서 돌고 있네
물 소리 거꾸로 가는 것은
참 신기하기도 하지
물은 보이지 않아도 여인의 소리 들려오네
서럽게 서럽게 자취 감춘
하늘은, 땅은 우는가
애기 품은 혼은 죽지 않고
영생으로 암암이 흐르리
물길에 지친 다리,
이끼 낀 바위 위에 서니
소의 물줄기 하늘을 휘감고
물보라를 타고 흘러 너머
곡신의 성지로 잠기어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