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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가 / 박성우

작성자루우|작성시간26.06.07|조회수7 목록 댓글 0

 

주술가

 / 박성우

비가 오거나 비가 오지 않거나 그녀는

화투로 하루를 점친다 말하자면 그녀는

도구를 사용하는 주술가인 셈이다

그녀의 몸 여기저기엔

빙하가 녹아내린 흔적이 있다

불의 사용이 다른 사람보다 빨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감당할 수 없는 뜨거운 사랑이 잘못 흘렀으리라

그녀는 우리와 같은 북방계 퉁구스족의 한 갈래이지만

사람들은 가끔 그녀를 이방인처럼 대하기도 한다

그녀가 젊었을 땐

무리지어 돌아다니는 이동생활을 했다

처음엔 서울 근교 안에서 이동했지만

차차 지방 소도시를 거쳐 면 단위에 이르렀다

그녀가 주술적 행위를 시작하게 된 건

의식주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그녀가 정착생활에 들어간 건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식량을 생산하고 저장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지만

박물관에 전시된 토기들이 비어 있듯

그녀가 소유한 몇 개의 통장은 대부분 비어 있다

그녀는 유물을 남기지 않을 작정이다 말하자면 그녀는

마음을 비운 주술가인 셈이다

- 박성우,『거미』(창작과비평사,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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