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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올 때 / 고영민

작성자루우|작성시간26.06.08|조회수10 목록 댓글 0

어둠이 올 때 

/ 고영민

저녁 어스름 뒷산에 올랐다가

산뽕나무를 만났네

오글오글 검은 열매를 달고 있는 산뽕나무를 만났네

나는 산뽕나무에게 다가가

딸아이에게 주려 한 손 열매를 얻어오고

오는 동안 손바닥이 짙푸르게 물들고

살포시 쥔 마음이 물들고

딸아이는 나에게 묻겠지

아빠, 이게 뭐예요?

오디란다

오디?

그래 먹어봐, 먹어봐

붉던 입술은 검어져

우린 서로 손가락질하며 깔깔 웃겠지

혓바닥을 길게 빼

몰래 거울을 한번씩 보겠지

자꾸만 나 몰래 걸음은 빨라지고

어느새 딸아이의 배 속도 내 몸도

막 익은

검은 산뽕나무 열매의 물이

다 들어버리고

- 고영민,『사슴공원에서』(창비,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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