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동
/김륭
반바지 입고 도넛 사러 가는 길
하필이면 슬리퍼를 닮았다. 헐떡이는
숨, 한 계단 두 계단 오래된 그림자 먼저 말아 굴리며
신발 상자처럼 안아보는
골목
또 절벽이 된 나는 괜히 울지도 않는 발바닥을
폰처럼 귀에 붙이고
골목은 착하지 않아도 되지만 절벽은 그러면
안 된다고, 네. 네. 그럼요. 누가 등을 떠밀어도 괜찮아요.
마음은 이미 잘 떨어져 있는걸요.
그, 그런데 잠깐만요.
흙을 덮어준다.
발목까지 내려온 입술 위에 입술 하나 더 눌러놓듯
지금이 무슨 일제강점기도 아니고 절벽은
언제나 바깥이 아니라
안이어서
가만히 절벽 아래로 던졌다 다시 감아올리는
마음이, 그 마음에 생긴 구멍을 사랑의 얼굴이라고
말해도 되나.
이건 후드득 머리 위에 떨어진 빗방울 하나가 던진
묘파다!
아시죠? 애인이 새로 생겼다는 소식 너머로
등을 떠밀어 보낸 마음이란 분은 또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질 때마다
자꾸 구부러지는 골목이다.
열리면 절벽이 되는
입술이다.
※창신동은 원래 채석장이었다. 일제강점기 때 많은 건물을 지으면서 화강암 등의 돌을 떼서 가져오면서 절벽이 생겼다. 인간이 만든 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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