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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다 / 황규관

작성자루우|작성시간26.06.14|조회수7 목록 댓글 0

 

멀리 보다 / 황규관

책상에 머리 박고 일하다

창밖 먼데를 본다

강가에 왜가리 한 마리 앉고

아들놈이 공 차고 있을 학교운동장 쪽에

먹구름 사이를 비집고 강림하는 햇살

더 멀리는

솔잎혹파리에 몸이 아픈

구름산 소나무숲이다

멀리 보면 보인다

가슴을 연 채 돌아가신

어린 나를 버린 아버지도 보이고

외등이 혼자 떨고 있는 골목길

내 가슴을 할퀴던 당신의 눈빛도 떠오른다

살면서 조금 더 먼데를 보는 일

이 세상을 후울쩍 떠나고 싶은 유혹이지만

그래, 밥은 벌어야지

다시 책상에 머리 박고 일하는

잿빛 머리를 가진 나도 보인다

그게 멀리 보니 보인다

- 황규관,『패배는 나의 힘』(창비,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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