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보다 / 황규관
책상에 머리 박고 일하다
창밖 먼데를 본다
강가에 왜가리 한 마리 앉고
아들놈이 공 차고 있을 학교운동장 쪽에
먹구름 사이를 비집고 강림하는 햇살
더 멀리는
솔잎혹파리에 몸이 아픈
구름산 소나무숲이다
멀리 보면 보인다
가슴을 연 채 돌아가신
어린 나를 버린 아버지도 보이고
외등이 혼자 떨고 있는 골목길
내 가슴을 할퀴던 당신의 눈빛도 떠오른다
살면서 조금 더 먼데를 보는 일
이 세상을 후울쩍 떠나고 싶은 유혹이지만
그래, 밥은 벌어야지
다시 책상에 머리 박고 일하는
잿빛 머리를 가진 나도 보인다
그게 멀리 보니 보인다
- 황규관,『패배는 나의 힘』(창비,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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