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의 나날
/ 허수경
박하의 나날이었네, 그렇지 않았니?
나는 나에게 물어본다
봄 가고 여름 오더니
박하의 나날이 지고 누런 호박의 나날이 차오르네
그렇지 않니? 그렇지 않았니?
두 번의 과거를 한꺼번에 산 것 같은 찬란한 나날
돈 한 잎 벌지 못한 상쾌한 햇빛의 나날
이상하게 부풀어오른 붉은 바람의 나날
내 눈 속의 모든 개들이 잠드는 나날
그 박하의 나날 동안 보라빛 박하꽃은 피고
꽃술 속에 들어간 벌 한 마리는 다시 나오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니? 나는 나에게 물어본다
저 유독한 햇살만이 나에게 저녁 수제비를 들이미는 시간이 국수를 반죽한 손의
주름과 지문이 저 먼 우주의 중심부로 들어가는데
손님, 돈 내세요, 나의 망상은 이쯤에서 끝나고
내 호주머니는 먼지뿐인데
나는 나에게 물어본다 박하의 나날 동안 나를 동반한 것은 박하와 나뿐, 이 절대의 향기는 시간의 눈물 같은 것이었다
그렇지 않았니? 박하야, 하얀 절정으로 지워지는 보라빛
꽃아
어느 주점에서 벌겋게 취한 태양은 우는데
이 여름과 가을 무렵의 나는 정말일까,
그렇지 않니? 나는 나에게 물어본다
- [만일 그대가 나보다 먼저 간다면], 난다,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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