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사람
/정병근
그는 주저하는 기색없이
초대하고 아끼는 것을 내준다
이래도 되나 싶게
붙잡고 있던 일말의 저항마저
탁 놓아버리도록 편안해서
그의 부드러운 태도 속에 숨은
신념의 내막이 궁금하지만
그런 따위의 질문은 피한다
가까워질수록
반목과 결별을 염려하는 마음으로
깊이 빠진 그의 확신을
되돌리는 건 무모하고 불가능하다
태도라고 할까 자세라고 할까
손톱만큼의 의심도 허용하지 않는
요지부동!
벽에는 텁수룩한 이국의 얼굴이 걸려 있고
타다 만 향초가 책상에 놓여 있다
ㅡ계간 《시산맥》(2026,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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