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내 웃음을 모방한다
/박상순
세상의 모든 집들이 내 증오를 모방한다. 무거운 지붕을 덮고 문을 걸어 잠근다. 한밤의 거리는 내 눈동자를 모방한다. 검은 호수에 누워 있을지라도 가라앉지 않는다.
한낮의 소리는 내 손가락을 모방한다. 갈라지고 흩어진다. 허공만을 움켜쥔다. 한낮의 우울은 내 목소리를 모방한다. 너를 향해 울린다.
그리하여 너는 내 우울을 모방한다. 동그랗게, 동그랗게 통통해진다. 먹구름은 내 두려움을 모방한다. 땅은 비에 젖는다. 축축한 내 절망을 모방한다.
봄은, 가을은, 달아나는 나를 모방한다. 망설이는 나를 모방한다. 겨울은, 여름은, 내 가슴속의 돌들을 모방한다. 쌓인다. 무너진다. 사라지는 나를 잊으려 하지 않는다.
현실은 내 웃음을 모방한다. 벽들이, 벽돌들이, 그런 아이들이 웃는다. 텅 빈 복도에는 아무도 없는데, 세상의 모든 것들이 나를 모방한다. 길을 막는다. 길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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