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모습
조민숙
달에 한 번 찾아가는 엄마네 집
흑백요리사 울 엄마는 어디 가시고
망백의 할머니가 뒷방에 앉아계신다
백발에 휑한 치아, 주름 가득 창백한 얼굴
가벼운 몸도 가누지 못해 구부정한 자춤발이 걸음으로
쪼글쪼글한 신수가 양산 펴지듯 환하게 반기신다
우리 딸 왔네 이뻐 이뻐 얼굴 보니 참 좋다
다른 말들은 집 앞 개천에 다 흘려보내셨나
다시 똑같은 어조로
우리 딸 왔네 이뻐 이뻐 얼굴 보니 참 좋다
또 잠시 후에 같은 말이 녹음기처럼 나온다
가난한 대가족의 맏며느리, 좁디좁은 방 한 칸
막둥이 도련님 옆에 눕힌 채 신혼을 보내며 나를 낳으셨고
긴 삶의 길이 마를까 온 몸 닳도록 맞서 살아온 젊음
이제는 앙상한 등뼈 사이로 외롭고 메마른 숨만 길어 올리시는 엄마
엄마를 뵙고 오는 길은 저린 마음 가득 서글픔이 발길을 눕힌다
말랑한 딸기와 씨 없는 샤인머스켓이 떠나오는 나를 대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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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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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유은희 작성시간 26.06.09 저와 같은 마음의 시 인 듯 하여 마음이 아프네요. 허리와 등이 굽어 키가 반으로 줄어드신 몸에도 뭔가를 끊임없이 하시는 것 보면 어드메쯤에서 멈춰 버리실 것 같아서 불안하지요.
선생님의 시를 보니 많이 공감되네요. 마지막에서 두번째 행 부분이 참 좋네요. -
답댓글 작성자조민숙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09 감사해요~ 저도 퇴고하고 소리내어 읽어볼 때마다 눈물이 자꾸 쏟아지더군요.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마음에 더 죄송하고 맘 아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