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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시동행]202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 디아스포라/이형초

작성자김영천|작성시간26.06.12|조회수6 목록 댓글 1

-디아스포라/이형초-

 

우리에게 박물관이 생긴다면

입구는 화물차처럼 만들자 좁은 열차에 갇혀 초원을 가로질렀던 순간처럼 긴 철로를 지나 부모를 만나러

가고 싶다 척박한 평야에서 씨앗을 뿌리고 토굴을 짓고 새를 잡아먹으며 봄이 오기를 기다렸던

먼 사람들의 이야기

흠뻑 젖은 곡괭이와 밤의 나뭇가지들

따뚯한 진열창에 넣어두자 우연한 행인처럼그곳을 지나치며 우리의 역사래,

러시아어로 중얼거릴 것이다 유리창 사이로 언어와 계절이 바뀌고

러시아인도 카자흐인도한국인도 아닌

우리에게 박물관이 생긴다면

무국적자의 밤이 쌓이는 곳 비가 오든 눈이 내리든 자신들만의 농장을 만들었답니다, 말하던 큐레이터는

사실 그들의 가족이고, 새벽마다 불을 밝히는 경비원은 자기 이름대신 그들의 이름을 외우던

가득 찬 박물관 모두 연결된 사람들

텅 비어 있어도 가득 차 있다고 믿으면

어디든 둘러볼 곳은 있지

결국 우리는 같은 출구로 나갈 테니까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에서 사람은 늘 몰려든다 어디에서 불어온 눈바람이 머리가 되고 어디에서 쌓인

눈송이가 몸이 되는지

몰라도 되는 박물관, 다 사라져도 기억해주는 이야기, 우리에게 박물관이 생긴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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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시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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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송이수 | 작성시간 26.06.13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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