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대 자유로 가라 - 유명 인사들의 자살을 보고 허 홍 구 죽은 생명도 싱싱하게 살아온다는 이 봄날 저만 혼자 떠나야 하는 그 아픈 사연이 무엇인가 목숨을 함부로 한 죗값은 내 따질 일이 아니나 부디 이승에서 그대를 옭아맨 그 끄나풀을 풀고 가시라 봄날의 이 따사로운 햇살처럼 가시라. 그때는 어둠 걷히고 묶인 사슬 풀리는 날 나 바람으로 가리라 산과 들과 바다로 설혹 그때 그대가 이승의 밖에 있다 해도 기어이 그대 곁으로 가리라 거침없이 거침이 없이 내 그렇게 하여 또 한 생을 시작하리라. 그대. 1 손을 아니 잡아도 팔이 저려옵니다. 그대. 2 차마 꺾지 못하는 내 맘속에 마지막 꽃 한 송이. 그대. 3 밥이다 에너지다 끝이 있는 길을 끝없이 살게 하는. 그대. 4 다시 시작할 것이다 똑바로 걸어갈 것이다 땅에서 하늘까지 눈 감고 손 놓아도 같은 걸음으로 갈 것이다 이승에서 저승까지. 거울 앞에 서서 치장하고 모양을 내다가 소스라치게 놀란다 저기 저 거울 속에 시시때때로 변덕을 부리는 놈 나도 모르는 사이 또 언제 등 뒤에서 나타나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있는 저 도둑놈 얼굴의 나 호시탐탐 기회가 되면 꽃밭으로 뛰어드는 저 불한당 거울을 볼 때마다 문득 문득 나타나서 또 나를 놀라게 하는 더럽고 치사한 내가 무섭다 얼마나 더 늙고 병들어야 저 욕심 놓아 버릴까. 그게 뭔지 알았으니 어미 되고 아비 되면 다 아는 것 넘어지고 배고파 보면 다 아는 것 늙고 병들어 보면 다 아는 것 더는 가질 것도 잃을 것도 없을 때 저승사자가 와도 무서울 것 없을 때 나 바람처럼 햇살처럼 오고 갈 것이다 언제일지는 몰라도 여기 머물 때까지는 혼자서도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면서- 천번 만번 고마워하면서- 가진 것 나누어가면서- 눈물 나게 사랑하면서- 빙그레 미소를 남기고자 하는 것이지요. 길상화吉祥花 보살 부모로부터 받은 이름은 (김영한)이고 16세에 진향이라는 이름을 받아 기생이 되었다 백석 시인으로부터는 자야子夜라는 아명으로 불리었고 〈백석, 내 가슴속에 지워지지 않는 이름〉이란 책이 있다 〈대원각〉이라는 큰 요정을 운영하였으나 생애의 높고 아름다운 회향廻向을 위하여 당시 시가 1000억 원이 넘는 전 재산을 법정스님을 통해 1995년도에 무상 보시하였다 요정 〈대원각〉이 부처님 도량으로 바뀌는 날 법정스님으로부터 염주 하나와 ‘길상화’라는 법명만 받았다 전 재산을 보시하고 아깝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것은 사랑하는 백석 시인의 詩 한 줄보다 못한 것이라 했다 그가 머물던 자리에는 맑고 장엄한 범종 소리가 울려 퍼진다. |
허 홍 구
hhg1946@hanmail.net
시집: 《사랑 하나에 지옥 하나》, 《그 사람을 읽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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