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수돗가에 걸린 면도나 할 때 보는
금이 간 거울 속에서 흘러가고
매일 아침 낙엽을 쓸어 모은
날들의 수만큼이나
나도 늙어 있네그려
멀게만 느껴지던 죽음은
삶을 야금야금 갉아먹으며
어느덧 목전에서 혀를 날름거리고
늙음과 죽음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평등한 진리라지만
외로움이 주는 고독만은
어찌할 수 없더이다
작디작은 대궐 같은
방안에 홀로 앉아 작지만 큰 TV만
이리저리 돌리고 돌리다가
빨간 사탕 주어 재우고
리모컨마저 내려놓고서
어슴푸레한 어둠의 빛이 만든
내 그림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재떨이 위에 피다 남은
담배에 불을 붙여
한 모금 당겨 넘기고
한숨을 쉬듯 내뿜는다
희뿌연 연기의
적막 뒤에 침묵하는 고독이여
자네도 잠시
눈 좀 붙이시게나
새벽닭이 울었으니
곧 날이 밝아올 걸세
나는 언제나처럼
벽을 바닥 삼아 팔을 베고
모로 누운 채
산등성이 푸릇하게 젖어올 때
짧고 값비싼
단잠 속에 빠져든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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