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놀이터 [24~ 자작시]

커다란 우산

작성자골목대장|작성시간26.06.20|조회수7 목록 댓글 0

베란다 난간을 톡톡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깬다

 

가만히 귀 기울이니

나뭇잎들이 빗소리를 귓가에 실어 나르고

어느새 잠은 저 멀리 달아나

이리저리 뒤척이는 새벽

빛바랜 기억의 필름을 풀고

그리운 한 장면을 마음속에 돌려본다

 

대문이 없던 시골 할아버지 집

대신 그 곁을 지키던 누렁이

나비며 참새들이 마당에 내려앉아도

그저 엎드린 채 지켜보던 착한 바보

그러다 나비와 놀고 싶어 펄떡펄떡 뛰던 녀석….

 

비는 또 어떠한가,

 

허락도 없이 떼로 몰려와

지붕과 마당을 적셔도 누구 하나 나무라지 않았지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숫물에 슬며시 손바닥을 대어보기도 하고

 

비 오는 게 좋아

마루에 걸터앉아 있으면 뜨락에 부딪혀

 

부서진 빗방울이

맨발에 토닥토닥 튀던 날들

그저, 그것만으로도 참 좋았다

 

"아가, 그만 들어오너라."

 

할머니의 다정한 부름에

마루에 젖은 발자국 꾹꾹 새기며 방으로 가

낮은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꿈속에 들곤 했던 그리움

 

누렁이도 나도

집이라는 커다란 우산 아래 누워

내리는 빗속에서 참 포근히도 잠들었었지.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