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난간을 톡톡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깬다
가만히 귀 기울이니
나뭇잎들이 빗소리를 귓가에 실어 나르고
어느새 잠은 저 멀리 달아나
이리저리 뒤척이는 새벽
빛바랜 기억의 필름을 풀고
그리운 한 장면을 마음속에 돌려본다
대문이 없던 시골 할아버지 집
대신 그 곁을 지키던 누렁이
나비며 참새들이 마당에 내려앉아도
그저 엎드린 채 지켜보던 착한 바보
그러다 나비와 놀고 싶어 펄떡펄떡 뛰던 녀석….
비는 또 어떠한가,
허락도 없이 떼로 몰려와
지붕과 마당을 적셔도 누구 하나 나무라지 않았지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숫물에 슬며시 손바닥을 대어보기도 하고
비 오는 게 좋아
마루에 걸터앉아 있으면 뜨락에 부딪혀
부서진 빗방울이
맨발에 토닥토닥 튀던 날들
그저, 그것만으로도 참 좋았다
"아가, 그만 들어오너라."
할머니의 다정한 부름에
마루에 젖은 발자국 꾹꾹 새기며 방으로 가
낮은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꿈속에 들곤 했던 그리움
누렁이도 나도
집이라는 커다란 우산 아래 누워
내리는 빗속에서 참 포근히도 잠들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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