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가는 길 외 1편
임영화
거대한 톱니바퀴가 돌고 있다
자연은 인형술사
인간은 꼭두각시
우리는 종이컵이 구르듯 영혼 없이
창백해진 얼굴을 돌리곤 하지
에어컨 가동 시간은 늘어만 간다
그 흔하던 명태가 동해에서 자취를 감추고
파파야가 한반도에 상륙한 지 오래
수온을 일 도라도 낮추려고
과학이 머리를 맞대는 동안
태양은 스스로 팽창하고 있다는데
오천 년 전에는 사하라에서도
무성한 보리수와 삼나무 숲
앵무새 날고 원숭이 뛰놀았다는데
절벽 다이빙을 하던
수면 마스크를 쓰던
체열 하나 다스리지 못고
우린 이미 사하라행 열차를 타고 있다
보신탕집 만년필
보신탕 마니아인
친구 성화에 못 이겨
골프 머리 올리러 가듯
따라나섰다
전골이 끓고 있는 동안
도마 위에
소복이 오른 배바지살
단골에 대한 예우인지
미리 찔러준 촌지의 위력인지
특별 서비스라며 따로 한 접시
만년필!
서브하던 아줌마가
까치발로 다가와
귀에 대고
오늘 밤 꾸욱꾸욱 힘 좀 쓰세요
잉크가 말라
절필한 지
한참 된 줄도 모르고
창밖에 만발했던 사루비아도
세속적으로 시들어가고 있었다
―《시문작가》 2026년 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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